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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민주책방

현실의 기쁨과 슬픔. 정확함과 모호함, 그 한 가운데에서.

[소설 도서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지음
# 창비 펴냄
주관적 평가 (5/5) ★★★★★


책장을 덮은 뒤, 여운이 깊고 길게 남았다.
마냥 유쾌하지도, 그저 우울하지도 않은, 우리네의 현실 단면을 상세하게 표현해낸 장류진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현실을 이렇게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소설을 읽으며 몇 가지 주요하게 느꼈던 감정이 있다.

1. IT회사 기획자로서의 장류진 작가님에 대한 반가움
2. 세밀하고 분명한 묘사력에 대한 놀라움



나 또한 IT 서비스 기획자로서 6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마다 R&R 범위가 조금씩 다르고, 명칭도 다양하다. 서비스 기획자, PM, PO, UX/UI 기획자, UX 디자이너, 웹/앱 기획자, ···. (나열한 직무에 대해 회사/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유사한 것이 아니라는 갑론을박이 가능함에 충분의 동의한다.)
장류진 작가님 또한 나와 같은 IT 기획자임에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회사를 재직하며 소설을 써왔다는 사실에 존경스러웠다. 똑부러지게 명료하면서도 세밀한 묘사를 통해, 작가님은 떠오르는 신인 작가일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유명한 일잘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기획자는 니즈에 대한 분석,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이것을 새로운 무언가로 잘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일이 되게끔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에 작가님의 강점이 잘 활용되었으리라 상상해본다. 기획내용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공감되도록 전달하는 것은 기획자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 속 장면들은 굉장히 구체적이어서, '요구르트 뚜껑에 붙어 있던 동그란 스티커'까지 상상하게 하고 '축의금 오만원 정도의 사이' 같은 속물로 치부될 수 있는 표현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하는 힘이 있다. 작가님의 기획에도 이러한 구체성과 공감대 형성에 대한 강점이 잘 발휘되었으리라는 상상과 함께, 나의 기획 리뷰 시간에도 이러한 강점이 발휘되도록 더욱 갈고 닦아야 하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아직은 소설 해석이 낯설은 나에게, 책 맨 뒤의 「해설」과 「작가의 말」은 도서리뷰를 작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책내용을 곱씹어보며 소설의 메시지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자주 읽지 않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나서 책장을 덮으면 모호하고 애매한 느낌이 들고는 한다.
'그래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거지?'
소설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해석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치 '젠더, 계급, 세대, 심지어는 종교의 문제까지 복잡하게 교차하는 조건 속에서 노동자들 간의 관계는 친구와 적, 연대와 갈등이라는 이분법으로 말끔하게 처리될 수 없음'이라는 모호함에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나의 약점이 떠오른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해석해나간다면 MBTI 가 'T' 에서 'F' 로 변한 것처럼, 소설에 대한 해석도 보다 명료해지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직무 전문성, 또는 문학으로, 직접 쓴 책을 출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가지고 있는 꿈인데
장류진 작가님 덕분에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었다.


어스름이 짙어가는 11월 일요일 초저녁,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는 스타벅스에서.
한가득 여운을 안은 채, 저녁식사를 하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