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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민주책방

너, 그동안 너무 순진했었구나? - 헛소리 까발리기 기술을 배우다

[경제/경영 도서리뷰]

# 똑똑하게 생존하기

주관적 평가 - (4/5) ★★★★☆

 

 

"불가리스로 코로나 잡는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오~ 불가리스 사먹어야겠다', '주가가 엄청 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진실 여부를 비판적으로 따지기보다, 나도 모르게 사실로 간주하고 그 이후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다음 단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맛있는 불가리스 (출처 : 남양)

 

'나 참 순진했구나'

<똑똑하게 생존하기>를 읽으며 최근 불가리스의 코로나 억제/예방효과 논란이 떠올랐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했다. 불가리스 논란은 '연구에 따르면~' 이라는 신뢰의 표현과 함께 '코로나19 억제/예방' 효과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는데, 결국 진실이 아닌 것으로 불가리스의 삼일천하는 종료되었다. 이후 처벌 이슈와 함께 후폭풍이 진행중이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이하 '손경제') 를 정말정말 사랑하는 애청자이다. 불가리스 논란도 이진우 기자님과 전문가분들의 헛소리 까발리기를 통해 얼마나 터무니 없는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불가리스 제품을 모두 시험한 것도 아니고, 세포 단위의 시험을 했으며, 유독 불가리스만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도 결론 지을 수 없는 연구였다고 한다. 그 설명을 듣고 '아 그랬구나' 하고 불가리스 사건에 한정된 깨달음을 얻었는데, <똑똑하게 생존하기>를 읽으며 세상엔 불가리스 논란 같은 내용이 수없이 많고 이러한 헛소리를 그동안 비판적 필터없이 순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색다른 충격이었다. 여태껏 많은 책을 읽으며,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동일한 대상도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왔다. 그런데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초입 단계에서, 헛소리인지 진실인지 제대로 판단한 이후에서야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객관적인 '척', 권위있는 전문가의 연구인 '척', 분석에 따른 '척'.

이 세상의 다양한 헛소리 예시를 보이며, 이것이 왜 헛소리인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정말 새로운 충격이었다.

 

 

<똑똑하게 생존하기>

 

2016년 권위 있는 <미국의사협회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 논문은 운동을 적게 하는 이들의 경우 13가지 암의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중략) 언론은 이런 미묘한 점을 무시한 채 인과관계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건강 뉴스와 관련해 정말 읽고 싶어 하는 건 단순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그들이 해야 하는 행동이다. (중략) 우리가 대중지에서 읽는 관행적 충고 대부분이 근본적으로 인과관계 증거가 없는 연관성에 기초하고 있다. (p.112)

 

'~하기 위한 10가지 방법', '~의 또다른 악영향, ###', '~하면 ##을 예방할 수 있다'.

SNS 또는 기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워딩이다. 단순한 상관관계를 원인-결과의 관계로 탈바꿈한 내용들이 많았을텐데, 이제는 받아들이기 이전에 믿을만한 내용인지 먼저 체크해볼 수 있어야겠다.

또한, 비슷한 흐름이더라도 상관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음에 또 한 번 깨달음을 얻었다. 128 페이지에서 알을 품는 황새 수와 인간 신생아 수 추세가 매우 유사한 그래프가 나온다. 가능한 인과관계, 가능한 상관관계인지 또한 따져보는 예리함이 필요함을 배웠다.

 


 

"가이코의 신규 고객들은 연평균 500달러 이상 돈을 절약하고 있다." 이는 꽤 인상적인 수치처럼 들리는데 당신이 보험사를 가이코로 바꾸면 1년에 500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쉽게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많은 보험사들도 비슷한 광고를 하고 있다. (중략)
가이코로 보험을 옮기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문제점은 가이코로 옮긴 사람들이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고객 표본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가이코로 옮길 때의 온갖 번거로움을 참으려면 어떤 보상이 따라야 할까? 상당한 액수의 돈을 절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돈을 더 내려고 보험사를 바꾸는 사람은 없다! (pp.186~187)

 

'업계 1위' 라는 광고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1위만 있는 세상이다.

숫자로 말하면 무언가 객관적인 것 같다. 일부만 선택적으로 보았을 뿐인데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달콤한 속삭임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 그 속에서 나의 지갑도 열렸을텐데, 비판적 사고로 지갑을 잘 보호해야겠다.

 


 

왜 섹시한 남자들은 그렇게 나쁜 남자인 걸까? (중략)
이 그림에서는 매력과 친절함이 기본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다. 섹시한 남자가 나쁠 확률은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높지도 낮지도 않다. (중략)
하지만 이제 당신이 실제로 누구와 사귀고 싶은지 고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자. 매력적이지 않은 얼간이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중략) 따라서 이 남자들 중에 당신이 데이트할 사람은 대각선 위쪽에 위치할 것이다. 반대쪽에서도 이와 유사한 과정이 진행된다. 당신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당신과 데이트할 의향이 있는지 아닌지 결정한다. (중략) 그러면 누가 남았는가? 이제 당신의 데이트 풀은 잠재적 파트너들이 있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좁은 대각선 범위로 제한된다. 이 범위 안에서는 친절함과 매력 사이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모집단 전체에는 음의 추세가 전혀 없었는데도. (생략) (pp.202~205)

 

'괜찮은 사람이 없어ㅠㅠ'

친구들끼리 소개팅을 해주다보면 꼭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사실 괜찮은 사람은 많은데.. 선택 편향으로 인한 음의 상관관계가 만들어졌던 탓일까. 일상 속 지나가는 이야기에도 선택 편향, 벅슨의 역설이라는 현상을 대입해볼 수 있음에 놀랍고도 재밌었다. 단순하게 그냥 그렇구나 생각했던 것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에 흥미로웠다. 

 


 

흥미롭지만 쉽지는 않은 책이다. 몇몇 부분은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읽어보기도 여러 번 했다. 어렵지만 반복적으로 읽으며 내 안의 또다른 눈이 뜨이는 느낌을 받았다. '이 험한 세상' 이라고 많이들 표현하는데, 진짜 이 험한 세상에서 똑똑하게 생존하기 위한 도움을 <똑똑하게 생존하기> 독서를 통해 얻기를 바란다. 아직 완독하지 못했는데, 친구들과의 오프 독서모임 때까지 꼭! 완독하고 머릿속에 마음속에 똑똑하게 생존하기 위한 지혜를 잘 새겨놓아야겠다.

 

훌륭한 교수님 한 분을 만난 느낌이다.